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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생을 때린 아이 - 어쩌겠어...
    육아Logue 2015. 6. 17. 08:33
    율이가 린이를 때렸다.

    때렸다.
    이제까지처럼 그냥 주저앉아 울거나
    린이 옷을 당기거나
    외면해버리는게 아니라
    손을 들어 머리를 때렸다.
    가슴이 철렁했고 놀란 표정은 감춰지지 않았다.
    신랑의 얼굴에도 어떻게 해야하는 건가 싶은 표정이 그대로 나타났다.
    태어난지 3주만에 제대로 오빠에게 맞은 린이는 숨이 넘어가게 울었다.

    시댁과 영상통화 중
    율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에 정신 팔려있었고
    난 린이를 보여드리려고 데려와 신랑에게 맡겼다.
    아빠껌딱지 율이가 아빠가 린이를 안고 있는데로 왔는데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난 (이제까지처럼) 율이가 린이를 만져보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율이가 린이를 손가락으로 쓱 만져보고 자기 아빠를 봤는데 아빠가 자기를 못 보고 반응해주지 않자 린이를 때렸다.

    순간 엄청난 속도로 머릿속에 메뉴얼들이 스크롤 업/다운 되었다.

    아이가 동생을 때렸을 때
    1. 반응하지 않는다
    2. 그냥 말없이 분리시킨다
    3. 때리지 말라고 설명한다
    잠깐... 근데 얜 18개월- 표정과 온몸, 말투를 격하게 해서 심각성을 일깨워야 하는데?!
    이 옵션은 어디에 적용시키지?
    이 나이엔 바로 안 혼내면 교육효과가 없는데?!

    어떻게 할지 머릿속에 순서를 정리하는데 잘못 저지른 걸 눈치로 아는 율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벌겋게 우는 린이가 애처롭기도 해서 생각이 정리가 잘 안됐다.

    율인 "율!"을 외친 내 얼굴 표정에 심각성을 느꼈는지 멋쩍은 웃음으로 무마를 시도했고 내가 "이리와!"를 시전하자 버티며 울기를 시작했다.
    악쓰며 우는 린이를 안지도 달래지도 않고 눈치보고 있는 율이만 보고 있는 신랑-

    일단 율이를 끌어다 품에 앉힌 후
    "린이 아야했어" "린이 때리면 안돼"라고 엄한 목소리로 혼냈다.
    통화 마무리하고
    아...통화를 먼저 마무리 했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 있는데서 애를 혼내면 안됐는데.. 자존심 상했겠다...아까 율이 부를때 너무 소리를 크게 질렀나?! 너무 무서운 표정으로 말한거 같은데...하면서
    린이를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린이를 달래 재우는 동안 신랑은 율이 재울 준비를 마치고 누웠다.

    율이랑 누워 율이에게 대화를 시도 했다.
    먼저 아이를 공감해 주랬지.. 아이를 알아줘야 한댔지...
    "아빠가 린이 안아줘서 화났었어?
    율이가 린이 아, 예뻐 해줬는데 아빠가 칭찬 안해줬지? 그래서 속상했어?
    그래서 율이가 질투나서 린이 때렸어?
    그래도 린이는 율이 동생이고 작은 베이비니까 지켜줘야돼..."
    지침은 간결하게 쉽게 (특히 남자애들) 정확하게 알려줘야하지?!
    "살살 만지고 때리면 안돼.
    린이는 작잖아-
    율이는 엄마랑 린이를 지켜줘야해
    아빠랑 율이가 엄마랑 린이 지켜주는거야."
    18개월을 산 남자는 응? 이런다-
    그래... 내가 너에게 많은걸 바라고 있는거겠지- ㅋ
    그래도 아이가 알아들어 줄 꺼라고 맘 다잡으며
    두 번 정도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얘기해줬다.
    처음엔 못알아 듣는척 딴짓하던 율이가
    눈을 똑바로 보며 내 얼굴을 만지면서 웃는다.
    그리고는 뭐라고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을 한다...
    아- 그랬구나... 그럼 인제 율이가 린이 때리지 말고 지켜줘~라고 말하니
    지켜줘 음율을 따라 으으어~ 한다.
    (너 정말 지켜줄꺼니?!)

    아이가 동생을 때렸을 때
    충격과 심란함에 표정관리가 안됐다.
    아이에게 실망스럽기도 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당혹스러웠으며
    두 아이가 같이 울어버리니 정신이 쏙 빠졌다.
    그 자리에 신랑이 없었으면 두명을 혼자 어떻게 감당해야 했을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빠한테 이 사건을 이야기 해드렸더니
    인제 어쩔래? ㅋㅋㅋ
    하신다 ㅡㅡ;; 아놔 울 아버지;;

    어쩌겠어..
    그런 오빠도 린이 몫인거고
    18개월에 동생 생긴 건 율이 몫인건데
    앞날이 어떨지 내가 알아서 대처할 것도 아니고
    그냥- 일단 가르쳐만 주는거지..
    자기 둘이 헤쳐나가겠지-
    라고 답 달고 나서 생각했다.

    그래.. 어쩌겠어..
    난 내 선택으로 아이 둘을 잽싸게 낳고
    머리 굴려가며 순간순간 최선이라 믿는대로 가르치고 키우는거고
    이 녀석들은..
    하나님이 나 같은 엄마 만나게 하셔서 이런 상황에 있게 하셨으니 자기 몫이라 생각하고 이겨내며 살아야지-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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