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일상같은 죽음
    일상같은 죽음 2010. 9. 12. 13:31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지만

    처음 그를 위해서 일상 같은 죽음들의 기록을 시작할 때만큼 사람이 나를 흔들지는 못한다.

    소식, 충격은 시간이 바람에 흩날리듯이 희미해져서

    심지어 그로부터,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지금

    그를 위해 글을 쓴다는 조차 위선으로 느껴지지만

    기억 속에 각인되고 박제되어서 강산이 변하고 변하려는 지금까지 기억에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조금은 기억을 되새겨도 되지 않을까?

     

    이름과 머리색깔이 같던

    불쑥 찾아오던

    사람이 멋쩍게 내밀었던 내가 무심히 돌려보낸 꽃다발을 내밀던 저녁 이후

    나는 어떤 남자에게도 꽃다발 따위를 받아준 적이 없다.

    내가 그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방법.

     

    어느 갑자기 사라져서는 잊혀지는 알았는데

    어느 갑자기 사실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고 불쑥 다시 찾아온

    사람이 이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이후

    나는 주변에서 가깝지 않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글을 썼다.

    내가 그를 잊었던 것을 사과하는 방법.

     

    이제는 조금 원망해도 되지 않을까?

    존재하지 않아서 다다를 없는 사람이 돼버려서

    그가 아닌 어떤 사람도 그가 되지 못해서

    나를 만족시킬 없어서 곁에 남지 못했다.

    곁에서 외롭고 곁에서 그리움에 나를 보는 사람에게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

    상처들이 돌고 돌아 벌이 되어 이제는 내가 아프니까

    이제는 조금 원망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원망하지 않는 대신으로

    그를 잊어도 되지 않을까?

     

    일상을 살아가면서 모르고 흘려 보냈던 그의 죽음.

    마음 쓰지도 않고 잊어갔던 그의 존재.

    강산이 한번, 마저 변하면 나는 자유로워질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기억 때문에 죄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게 되는 것일까?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