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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톱 대정리
    VeroLogue 2010. 7. 3. 15:35

    오늘은 엄마 아빠 발톱을 깎고 예쁘게 정리했어.

    깐깐한 내 성격에 얼마나 말끔히 정리했을지 상상이 가려나?

    거의 한 시간을 무릎 꿇고 앉아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발꼬락에 얼굴을 처박고 말이지.

     

    대충 길이만 짧게 줄인 아빠 발톱은

    동그랗게 다듬고 까칠하게 일어난 살들을 정리했어.

    공사장에서 터버린 발끝에는 반질도 발라드렸지.

     

    그 발은

    거친 세상을 미친듯이 달렸다가

    그 세상을 가차없이 차버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분을 따라가는 발.

    그리고

    그 길이 고되도 한번도 돌아선 적 없고

    그 길 따라 다른 사람이 올 수 있게

    애써서 땅을 여러번 딛고 다져 더 망가진

    정직한, 내 앞에서 서서 간 발.

     

    엄마의 콤플렉스인 발은

    반듯하게 끝을 다듬고 예쁘게 네일 페인팅을 했어.

    정성껏 덧칠하고 덧칠해서 반짝거리게 했지.

     

    그 발은

    비틀거림 없이 반듯하게 세상을 걷다가

    공격 들어오는 세상을 피해 달리다가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분에게 스스로 달려간 발.

    그리고

    한번도 흔들리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앞으로만 걷는

    같이 가는 아이들을 위해 맨발로 춤추기도 하고

    자기 발자국을 꼼꼼히 돌아보며 자기 걸음을 고쳐가는

    충직한, 내가 따라가는 발자국을 남기는 발.

     

    그 발냄새 맡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했지.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사랑 이야기는

    스르르 상처를 낫게 해줄 수 있는 용기와 아량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사랑은

    사랑 받고 행복하길 바라는 욕심.

     

    그리워 울지도 않는 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그 발이 걸어온 세월을 보는 딸의 마음.

     

    그렇게 사랑 깊은 밤이 깊어가고 시간은 자정으로 가네.

     

    나의 오늘만큼 내 발톱도 자랐겠지.

    슬픔이 많은 사람은 손톱,발톱이 빨리 자란다지.

    슬픔에 잘 닦아내서 윤기나는 나의 행복은

    참 반짝거리는 태양 아래 사막을 걷는 내 발에겐 위안.

    혹시, 내게 딸이 생기고 내가 살아있어

    내 딸이 내 발톱을 정리해 주는 날이 온다면 말이지

    그녀가 내 발을 만지며

    너무 아름다워 부럽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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