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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유수유도 좋아요
    육아Logue 2018. 3. 18. 07:22

    율이는 아빠랑 소아과검진을 다녀왔다

    율이는 키가 50% 몸무게가 25%지만 영양상태가 좋고 식사량이 좋으니 말랐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고

    걱정했던 geographic tongue (지도상설)은 아이들한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라 괜찮다고 했단다


    율이는 아빠랑 둘이 소아과검진을 다니는게 자연스럽다

    원이도 아빠랑 둘이 소아과검진을 다녀오곤 한다

    신생아때도 애 데리고 기저귀가방 챙겨서 능숙하게 잘 하고 온다 

    분유랑 수유간격 수유횟수 수면시간 낮잠시간 기저귀갯수 배변횟수 등등 대답도 잘한다


    유학생이라는 상황이 받쳐준것도 있지만 (가장크지만)

    나는 신랑의 이런 육아참여도 형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분유수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유수유는 나의 미니멀 육아로 이어졌다


    첫애 임신 당시 나는 '당연히 모유수유를 해야지~'라는 헛웃음나는 자신감에 차있었다

    모유수유의 신화에 매료되었었고 '나도 모유를 먹었으니까..'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연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었지 나도 참...

    모유가 안나왔다


    모유가 안나오는데 안나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 젖을 물렸더니 애한테 황달이 찾아왔다

    미친듯이 우는 애를 붙들고 임시 방편으로 분유를 먹이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애가 잘때마다 유축기로 젖을 짰다

    안나왔다 

    하루 종일 짜도 1oz도 안나왔다 30cc도 안되는 양

    딱 두세모금 만큼이었다


    나중엔 피가 나왔다

    나는 나같은게 엄마라니..라는 생각+우리애기 모유도 못먹고 나중에 덜 건강하면 어쩌나...라는 생각

    별별 걱정과 자책으로 스트레스를 어마무시하게 받았다

    신랑은 2주동안 참다가 유축하다 피가 나는 내 가슴에서 유축기를 떼서 집어 던지면서 

    그만하라고 애 모유 먹이자고 자기 몸 상하게 하는건 미련하다며 그냥 분유를 먹이자고 소리를 질렀다

    그날부터 율이는 분유만 먹었다

    가끔 젖을 물려주면 빨긴 했지만 빈젖이라 장난만 쳤고 양껏 먹기 시작하면서 덜 울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댔으니 몸이 회복될리가 없었고 

    붓기가 고스란히 남았고 산후풍이 왔다

    병원에 갔더니 나는 유선은 발달했는데 유관이 커지는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것 같다며

    분유수유하라고 요즘 분유 좋다고 했다


    둘째때는 미리부터 신랑이 분유수유를 선언했다

    몰래몰래 모유시도하다 가슴이 부어 아프고 열이 났다 

    린이는 아예 젖을 거부했다


    원이는 첫날부터 분유로 먹였고 젖 무는 법도 모르다 

    가슴 들이대면 찌찌를 꾹 누르지 빠는 건 줄도 모른다


    이렇게 세 아이 모두 분유수유를 했다 

    분유수유에 대한 나의 죄책감을 옆에서 본 신랑은 본인이 좀 더 신경써서 아이들의 분유를 챙겼다


    사실 셋째때는 산후조리사분이 집에서 3주 입주해서 아이를 데리고 주무시고 가신 후부터

    신랑이 서재에서 원이를 데리고 잤다 

    100일즈음 되서 11시-12시 수유후 6시 수유하면 되는 때까지 각방생활을 하면서

    나는 산후 100일가량을 밤에 그냥 잤다 

    산후풍도 없어졌고 붓기도 빠졌다 


    분유수유를 하니 아빠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


    육아가 익숙해진 아빠는 

    아이가 모자라하면 양을 늘려야 한다는 것 

    우유병의 꼭지도 때에 맞춰 바꾸고 공갈젖꼭지도 개월수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것

    우유병 종류, 씻는법, 소독하는 법 같이 이야기하고 꼼꼼히 챙겼다

    먹이는 걸 잘하니 기저귀 갈고 처리하는 것도 그리고 나중엔 이유식까지도 챙겼다 

    그 범위는 점점 커져서 집안일을 같이 하게 되었다 


    아이 검진가면 옷을 벗기니까 벗기고 입히기 간편한 옷으로 입히고 

    가서 기저귀도 벗기고 갈고 해야하니까 기저귀도 하나 더 챙기고 

    수유 시간과 낮잠시간에 맞춰 다음 병원 예약시간도 잡아온다 

    그리고 

    그 범위는 점점 커져서 

    아이를 데리고 외출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해준다든지 

    심지어 3박4일쯤은 와이프 혼자 만삭여행을 다녀오게 해줄 수 있게 되었다


    일가친척 하나없은 우리들의 육아는

    나의 독박육아가 아니라 함께육아가 되었고

    집안일 역시 우리 일이 되었다 

    (그래도 니가 우유병 씻어라 어제 내가 4개 다 닦았다 등등 티격태격하지만..)


    혼자 그 무거운 육아의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감당 할 수 있는 만큼을 감당한다 

    나의 limit과 needs를 알고 남편과 나눈다

    남편이 내 혼자 지던 육아의 짐을 나눠가져 나는 그만큼 짐을 덜어냈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육아다 

    엄마가 작게 짐을 소유하고 그 트인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운다 

    물건이 채운던 공간을 비워 햇살을 채웠다면

    육아라는 버거움이 채우던 공간을 조금 비워 한걸음 떨어져 아이를 관찰하는 시간으로 채운다 

    얼굴을 부비고 있는것보다 잘 보인다 

    눈, 코, 입, 그리고 눈빛, 행동의 이유, 나와 다른 한 사람인 아이의 나와 다른 기질과 욕구가 보인다

    육아가 나에게 맞춰지지 않는다

    왜냐면 아이의 욕구와 성향, 기질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분유수유를 하면 수면교육이 수월해진다


    일단 분유수유를 하면 수유텀이 모유보다 길다고 한다

    모유를 먹여본적이 없어 비교는 못하겠고... 미국에서는 모유도 분유랑 수유텀이 같다고 하지만

    주변 엄마들 특히 혼합수유를 한 경험이 있는 엄마들의 말을 들어봐도 분유수유텀이 길긴 긴것 같다

    그래서 우유를 먹고 자면 신생아도 4시간에서 5시간까지도 자는것 같다 

    율이는 3-4시간이면 깼지만 육아 스킬이 레벨업된 원이때는 첫달때 5시간, 2개월부터는 6시간도 밤잠을 잤다


    그리고

    우유 마시다가 잠들곤 하는 신생아기를 지나면서 공갈젖꼭지(우리는 쪽쪽이라고 부른다) 물리기가 쉬워진다

    엄마가 없어도 우유를 마시다가 혹은 쪽쪽이를 빨다가 잘 수 있어서 

    뒤집기만 되고 되뒤집기가 안되는 불안한 시기만 지나면 아이혼자 우유를 마시다 잠이 들게 했다 


    원이는 예민해서 누가 옆에서 숨만 다르게 쉬어도 깼기때문에 (신랑이 코콜면 대참사 ㅋㅋㅋ) walk-in-closet에서 혼자 재우는데

    백색소음 틀어주고 우유 물려서 얼굴옆에 쪽쪽이 놔주고 옷장문을 닫아주면

    우유 마시고 쪽쪽이 찾아 물고 인형을 끌어안고 잠들어버린다 

    혼자자야 더 푹 오래 잔다는 연구결과는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걸 본다면 엄마 없이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 몹시 건강하다 

    체질인지 율이는 마른편이지만 아픈곳 없이 잘 지내고 

    원이도 건강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잘 자니까 기분 좋게 잘 놀고, 잘 놀았으니까 잘 먹고, 잘 먹었으니까 늘어지게 잔다.

    심지어 기어다니다 아무데서나 졸리면 그냥 잠든 동생을 화장실에서 찾아낸 율이오빠 ㅋㅋㅋ

    그러니 수면교육이 좀 더 자연스럽고 쉬워진다

    +

    잘 자고 잘 놀고 잘 먹으니까 건강하다

    건강하니까 됐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 짜증없이 혼자도 잘 논다 

    엄마가 옆에 없어도 배고프지 않고 엄마가 없어도 잘 수 있으니까 엄마가 없어도 잘 놀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엄마가 곁에서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착의 형성은 같이 보내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같이 보내는 시간들의 질이 더 중요하고 

    서로의 공간과 시간이 존중될때 아이와 엄마도 함께 하는 것이 버겁지 않아지는 것 같다

    거문고 줄이 소리를 아름답게 내려면 떨어져 함께 있어야 한다는 법정스님말이 딱 맞다

    엄마랑 아가도 하나가 아니다 

    아이와 나 사이 틈이 있어 그 사이를 여유가 채워주면, 한발 떨어져서 아이가 노는 모습이 보이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아이가 더 사랑스러워지고, 사랑으로 달래진 마음엔 또 육아를 해낼 힘이 채워진다

    엄마의 빈 곳을 확보하는 것이 아이에게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육아에는 아이가 스스로 채워갈 빈 공간도 포함된다 


    모유수유를 못한다는 죄책감 

    무조건 모유수유가 최고라는 환상

    그런거 버려도 된다 

    괜찮다 

    분유수유도 좋다 

    엄마가 아빠가 함께 건강하게 새로운 멤버인 작은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뭘 어떻게 먹인들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분유를 먹이는 엄마의 마음편한 얼굴이 엄마의 젖가슴보다 못하지 않다 

    분유수유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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