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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같은 죽음
    일상같은 죽음 2010. 9. 7. 13:44

    러시아를 떠난 후로는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미국인이면서 러시아 시골 마을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아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사는 노엘

    내가 떠나올 때도 그녀는 거기 그대로 남아 모두를 놀래줄 만한 결혼을 했다.

    그리고 예쁜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었다.

    그랬는데 둘째를 낳았던 모양이다.

    오늘, 짧은 쪽지가 왔다.

    둘째 딸 리자가 금요일 아침 죽었어. 5주를 살았어. 부검결과는 아직 듣지 못했어. 장례식은 내일 2시 반에 교회에서 있을 예정이야. 우리를 위해 기도해줘.

    건조하게 담담하게 슬픔을 그득 담아 그녀는 내게 안부가 아닌 소식을 전해왔다.

    딱 다섯 주 세상에 잠시 들러 누군가에게 기쁨만큼의 슬픔을 주고 간 그녀를 슬퍼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가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내지 못한 것을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너무 일찍 떠난 것을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어서, 그녀의 존재조차 몰랐었기 때문에

    그저 딸을 잃은 내 친구가 가여워 슬플 뿐이다.

    한 줄 소식이 돼버린 생명덩어리 그녀를 알지도 못하고 나는 죽음의 소식을 들으며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가 이렇게 글을 쓴다.

    일상, 그 속의 죽음.

    나는 오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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