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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같은 죽음
    일상같은 죽음 2010. 7. 27. 04:45

    올해 수박은 작년보다 맛이 덜하다.

    맑고 쨍쨍하던 하늘에서 화사한 소나기가 쏟아졌다가

    예쁜 무지개가 피어나곤 한다.

     

    그 하늘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한숨을 쉬지만

    나는 비가 반갑다.

    마음도 쓸어주고 생각도 다독여주니까.

     

    어젠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분들이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의 친척이며 누군가의 친구인 사람이

    망쳐버린 수박농사에 끌어들인 돈을 갚을 길이 없어

    목을 매고 자살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는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

     

    내겐 그저 맛이 덜한 수박이었을 뿐인데

    누군가에겐 생명 끝에 매달린 줄이었나 보다.

     

    오늘도 수박을 먹는다.

    붉은, 사람의 그것을 닮은 수박 속을 긁어먹는다.

    오늘 수박은 달다.

    생명도 삶도 살아 있는 누군가에겐 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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