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같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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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을 린일상같은 죽음 2018. 2. 18. 14:32
함께 있었다면 곧 3살이 되었을 린이가 하늘나라로 떠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린이를 보내면서 나의 시간도 멈췄던것 같다 율이와 린이를 키우면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육아Logue 카테고리를 만들었던 블로그도 접었었고린이를 맞이하며 옮겼던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상황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처럼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었다.정신이 없어서 몽롱했는데 그 몽롱함이 끝임없이 선명한 현실인 시간이 겨우 그러나 벌써 2년이 흘렀다.매일이 그날인데 벌써 지난일이고 사람들은 그 아이를 잊고 또는 지우고 살아간다. 나는 아직도 선명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것 같은데 원이가 태어났다. 외모는 린이랑 꼭 같고 성격은 나를 꼭 닮은 원원이는 린이가 아니라는 사실 하나에만 집중하느라 마음껏 예뻐 못한 딸이 곧 돌을 맞이한다.어느덧 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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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2. 1. 25. 17:54
무작정 갔던 그 나라에서 처음 만난 무서운 추위와 온 세상이 하얗게 낯선 환경, 털모자와 두꺼운 옷 사이로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보다도 더 실감나게 내가 다른 나라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던 것이 바로 언어였다. 말이라는 건 사람과 공간, 시간을 아우르는 - 단순히 음성기호의 조합이상의 어떤 살아있는 것이었다. 처음 러시아를 갔을 때, 나는 러시아 알파벳도 몰랐었다. 귀에 들리는 음들의 차이조차 들을 수 없을 만큼 생소했던 발음들과 따라서 소리 내기도 어려웠던 ‘안녕하세요’라는 그 단순한 인사말조차 엄청난 벽이었다. 그 벽을 온몸으로 뚫고 내게 러시아라는 나라를 보여주는 창을 만들어 주었던 첫 번째 러시아어 교수님이 바실리 니꼴라예비치였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들어와 수업을 시작하지만 교실문을 나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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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살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2. 1. 25. 17:50
Thanksgiving day라고 BBQ Party도 하고, 친구들이랑 저녁먹고 놀다가 왔다. 친구와 농담섞인 신세 한탄도 하고 유쾌한 대화 속에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도 하고... 오늘 꽤 즐거운 날이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확인한 소식은 아르센의 죽음. 스물. 남의 나라에서 말도 안통하는 그 춥던 겨울이 끝나자마자 만났던 삼형제. 그 중에서 제일 나를 잘 따랐고 애교도 많던 아르센. 내가했던 포기한 댓가를 그에게서 찾고 싶어서 온 열정과 사랑을 쏟아부었었다. 그 애가 떠나고, 그 애의 영혼보다 배신당한 내 마음이 서러워서 길게도 울었고, 다음 아이들을 사랑하기가 힘들었었다. 내 청춘을 실패로 만든게 미워서 생각날때마다 가슴이 아팠을때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위로를 경험했고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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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1. 5. 22. 12:16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를 낫게 하고 누군가를 한 발짝 앞으로 걷게 밀어주고 누군가를 헤아리게 하며 누군가의 세상을 조금 변화시켰던 누군가의 소망이고 희망이던 아이가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가슴을 찢는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게 어쩔 수 없는 미움을 묻어두게 그래도 감사의 조건들을 찾아가게 다녀간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갔다. 밤새 피 흘리며 아프던 그 밤에도 우리는 그리운 사람을 꿈꾸고 내일을 기대하며 단 잠을 잤고 그 아이를 꿈꾸고 기대하며 주먹을 불끈 쥐던 이들이 그 주먹으로 가슴을 치던 날에도 우리는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회사를 가고, 내일을 걱정하는 일상을 살았다. 생명, 그 찬란한 것은 잠시뿐일지라도 그 몫을 다하고 결연하게 돌아보지 않고 간다. 내 삶에 영향을 미쳤던, 내 관계들에 영향을 미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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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0. 10. 26. 17:52
1. 이 나라에도 저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어찌 어찌 살다 보니 자식이 험난한 삶을 살아내는 것까지 봐야 했던 고단한 긴 삶 그 마지막 길에 그녀는 자신을 가장 닮은 딸과 화해를 하고 썩어가는 다리 한 짝을 먼저 털어내고 마취가 지속되는 상태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고깃국이 잡수고 싶다는 말 고깃국을 끓여준 남의 손을 꼭 붙들고 그 배웅을 받고 온 몸이 꽁꽁 묶인 채로 위로를 받고 그녀는 긴긴 생을 마감했다. 얼마 전 남편을 세상에서 떠나 보내고 자식을 먼 곳으로 떠나 보내고 자기집에 발을 들이기도 버거워하는 가슴 무거운 딸이 마음껏 자기와 화해하지 못하면 자신이 떠난 후에 한으로 남을까봐 기다렸다 기다렸다 마음을 어르고 떠나간 어미의 마음 어미의 죽음 2. 짧은 시간이라도 곁에 함께 있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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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0. 9. 12. 13:31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지만 처음 그를 위해서 일상 같은 죽음들의 기록을 시작할 때만큼 그 사람이 나를 흔들지는 못한다. 그 소식, 그 충격은 시간이 바람에 흩날리듯이 희미해져서 심지어 그로부터,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지금 그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 조차 위선으로 느껴지지만 기억 속에 각인되고 박제되어서 강산이 변하고 또 변하려는 지금까지 내 기억에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조금은 그 기억을 되새겨도 되지 않을까? 이름과 머리색깔이 같던 늘 불쑥 찾아오던 그 사람이 멋쩍게 내밀었던 내가 무심히 돌려보낸 꽃다발을 내밀던 그 저녁 이후 나는 어떤 남자에게도 꽃다발 따위를 받아준 적이 없다. 내가 그를 기억하고 존중하는 방법.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는 잊혀지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실은 이제 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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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슬픔을 입고 예쁜일상같은 죽음 2010. 9. 8. 10:51
장례식에 참석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슬픔에 동참하고 싶었다. 유일한 이방인이었던 곳에서 함께 이방인이었던 그녀는 서로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하는 사람이니까.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갔다. 사람들의 입에 발린 칭찬. 예쁘다. 남의 슬픔을 입고 예쁜 사람이라니 참 잔인한 말이지 싶다. 그렇지만 또 맞는 말 우리는 살아서 일상을 살아내야하는 예쁜 사람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을 지나쳐야 나는 비로서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존재만으로도 찬란하고 반짝거려 예쁜 생명이 허무하게 아스라져 사라지는 꼴을 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삶에 애착을 갖고있지 않다. 그런 내가 누군가의 죽음을 지나치며 살아내는 일상 그 일상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을 죄스러워조차 않으면서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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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0. 9. 7. 13:44
러시아를 떠난 후로는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미국인이면서 러시아 시골 마을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아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사는 노엘 내가 떠나올 때도 그녀는 거기 그대로 남아 모두를 놀래줄 만한 결혼을 했다. 그리고 예쁜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었다. 그랬는데 둘째를 낳았던 모양이다. 오늘, 짧은 쪽지가 왔다. 둘째 딸 리자가 금요일 아침 죽었어. 5주를 살았어. 부검결과는 아직 듣지 못했어. 장례식은 내일 2시 반에 교회에서 있을 예정이야. 우리를 위해 기도해줘. 건조하게 담담하게 슬픔을 그득 담아 그녀는 내게 안부가 아닌 소식을 전해왔다. 딱 다섯 주 세상에 잠시 들러 누군가에게 기쁨만큼의 슬픔을 주고 간 그녀를 슬퍼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가 이 험난한 세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