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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같은 죽음
    일상같은 죽음 2008. 7. 16. 11:01

    2006.04.18 12:46

    그녀는 학생때만난 남편과 이혼을 했고

    아들이 있고

    나를 6년 동안 가르쳤다.

    내가 졸업할때까지 나를 가르치고 싶어했지만

    보수가 너무 작아 결국 사표를 썼다.


    나는 폐병걸린 그녀의 숨소리를 기억한다.

    그녀는 살아있음이 애절하도록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는듯

    그러게 숨을 토해냈다.


    그녀의 죽음은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슬펐다.

    장례식에서 관속에 누어있는 그녀를 보면서

    머리카락을 염색했다는것..

    그녀 이마위의 정교회식 성화가 그려진 띠가 어울리지 않다는것..

    그녀의 피부색이 살아있을때 같다는 것..

    그런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가 곧 일어나 나에게 숙제로 내준 책을 다 읽었냐고 물어보며

    내용을 말해보라고 할 것 같았다.

    그녀에게 입맞추는 사람들이 그녀를 가리고

    그다음엔 하얀 천으로 그녀를 덮었다.

    관뚜껑이 들어왔고

    나는 자리를 떴다.


    힘겨운 삶을 살았던 그녀의 죽은 몸을 보며

    나는 울었고

    울고나서 돌아와서는 또 묵묵히 나의 삶을 산다.


    나는 여전히 먹고 자고 느끼고 배우고 그리고 웃는다.

    그녀를 볼 수 없음이 아쉽고

    그녀를 전도하지 못한것이 아쉽고

    그녀가 부활절에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것이 아쉽다.


    그녀가 생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산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지금 내옆에는 마리아가 와있다.

    우리는 함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을 것이다.


    오랜시간 내게 러시아를 가르쳤던 그녀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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