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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같은 죽음
    일상같은 죽음 2009. 11. 12. 11:42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삼촌이 아프시다고 했다.

    3개월이 채 못지나

    조금 더 살아 아빠 얼굴은 보고 가실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가셨다.

     

    결혼도 안했던 삼촌이라

    장례식도 길지 않다.

    일일장

    화장해서 바다에 뿌린다고 한다.

     

    사실들을 쭉 나열해 적으면서

    가족으로서

    아플동안 얼굴 한번 못 내민것

    장례식에 참석도 못하는 것

    게다가 이곳에서 일상들을 살아내는 것들에

    마음이 묵직하다는 걸 느낀다.

    가족이기 때문에

     

    어릴 적 자다가 삼촌이 아빠와 다투는 소리에 깼던 적이 있다.

    자신의 장애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이해받을 수 없다며

    삼촌은 아빠를 향해 울부짖었고

    아빠는 그런 삼촌의 뺨을 때렸던것 같다.

    그때야 어른인 삼촌의 그런 말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때의 삼촌은 젊었다.

    삼촌이 절망감과 열등감을 안고 살아갈때

    나름의 일상을 살아갔던 나처럼

     

    오늘도

    누군가는 회사를 가고

    누군가는 연애를 하고

    누군가는 미래를 꿈꾸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

    눈앞에 죽음이란 것을 향해

    나는 똑딱똑딱 걸어가면서

    적어도 몇일은

    등에 난 뾰루찌만큼 나를 성가시게 할

    죄책감을 보탠 일상을 살아내겠지.

     

    어릴 적

    나에게 더 관대했던

    아직도 선명한 기억을 남겨주었던

    참 순하게 웃던 삼촌에게

    안녕.

     

    그리고 오늘도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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