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같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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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0. 7. 27. 04:45
올해 수박은 작년보다 맛이 덜하다. 맑고 쨍쨍하던 하늘에서 화사한 소나기가 쏟아졌다가 예쁜 무지개가 피어나곤 한다. 그 하늘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한숨을 쉬지만 나는 비가 반갑다. 마음도 쓸어주고 생각도 다독여주니까. 어젠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분들이 한숨을 쉬었다. 누군가의 친척이며 누군가의 친구인 사람이 망쳐버린 수박농사에 끌어들인 돈을 갚을 길이 없어 목을 매고 자살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는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 내겐 그저 맛이 덜한 수박이었을 뿐인데 누군가에겐 생명 끝에 매달린 줄이었나 보다. 오늘도 수박을 먹는다. 붉은, 사람의 그것을 닮은 수박 속을 긁어먹는다. 오늘 수박은 달다. 생명도 삶도 살아 있는 누군가에겐 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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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0. 7. 12. 05:10
결국 보랴 아저씨는 돌아가셨다. 오늘은 블라드의 생일. 삶은 이렇게 돌고 돈다. 아저씨의 영정 사진에 검은 리본을 두르면서 말쑥한 아저씨의 얼굴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 살아 남아야 하는 가족들은 당장 오늘이 지나면 쓸모 없어질 여름 농작물을 수확하고 일을 하기 위해 밥을 먹고 가슴을 치며 눈물을 훔친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보랴인 손자는 오늘도 여전히 장난꾸러기라 웃통을 벗어 젖히고 맨발로 놀러 나간다. 제 할아버지를 쏙 닮아 씩 환하게 웃으면서. 술에 만취한 아저씨가 차도를 향해 휘비적 휘비적 걸었고 옆집 계집애는 빵을 사러 자전거를 타고 쌩 달려간다. 알료나가 김치 담글 배추를 한 차나 실어 보낸다. 나는 보랴 아저씨 영정사진에 검은 리본을 둘렀다. 나는 블라드의 생일 카드 챙겼다. 누군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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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일상같은 죽음 2010. 7. 8. 05:44
resonance 진동하는 계의 진폭이 급격하게 늘어남. 또는 그런 현상.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가하여지는 힘의 진동수가 진동하는 계 고유의 진동수에 가까워질 때 일어난다. (연관단어 : 맞울림, 공진) sympathy 남의 사상이나 감정, 행동 따위에 공감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따르려 함. (연관단어 : 껴울림) 교회에서 가장 활기찬 사람. 그녀는 나타샤다. 나타샤 아줌마가 오면 시끌벅적해지고 웃음소리가 폭풍처럼 쓸고 간다. 교회의 온갖 된 일을 할 때 그녀는 항상 선두에 서있다. 사람들이 꺼려하는 일도 그녀는 웃으면서 함께 하게 만들 수 있는 기운을 갖고 있다. 오늘 그녀가 가슴에 손을 모으고 눈물 한 방울을 훔친다. 그녀의 철딱서니 아들이 자기 팔에 얼굴을 묻고 숨을 죽여 눈물 한 방울을 훔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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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09. 11. 12. 11:45
하리꼬브의 목사님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냥 갑자기 두통이 왔고 3일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목사님의 11학년 아들이 걸린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이미 충분한 나의 우울한 감정들 사이에 있고 아직도 완벽하게 익숙해지지 않은 일상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유감스럽게도 안타까움 이상의 마음을 갖지 않게 된다. 선교사로서 자신을 희생하고 자식을 희생하며 하나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선교지에서 죽은 그 분의 죽음도 그 남은 가족의 슬픔도 내가 살아가는 오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너무나 쓸쓸하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은 이렇다 이렇게 이렇게 무심한듯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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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09. 11. 12. 11:42
어느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삼촌이 아프시다고 했다. 3개월이 채 못지나 조금 더 살아 아빠 얼굴은 보고 가실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가셨다. 결혼도 안했던 삼촌이라 장례식도 길지 않다. 일일장 화장해서 바다에 뿌린다고 한다. 사실들을 쭉 나열해 적으면서 가족으로서 아플동안 얼굴 한번 못 내민것 장례식에 참석도 못하는 것 게다가 이곳에서 일상들을 살아내는 것들에 마음이 묵직하다는 걸 느낀다. 가족이기 때문에 어릴 적 자다가 삼촌이 아빠와 다투는 소리에 깼던 적이 있다. 자신의 장애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이해받을 수 없다며 삼촌은 아빠를 향해 울부짖었고 아빠는 그런 삼촌의 뺨을 때렸던것 같다. 그때야 어른인 삼촌의 그런 말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때의 삼촌은 젊었다. 삼촌이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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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08. 7. 16. 11:09
한주 전이었던가 두주 전이었던가.... 사촌동생이 장례식장엘 다녀왔다. 교회 20살 청년애가 죽었다고. 집으로 가는길 오토바이타고가다 아직 색칠하지 못한 과속방지턱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가 났고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떨어져 그렇게 되었다고. 그의 부모는 초췌한 모습이었고 그의 여동생은 어두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음날 출근을 했었고 착실하게 여행준비를 하며 쇼핑을 했다. 누군가의 슬픔이 하늘을 찌를듯하고 땅을 꺼뜨릴듯하여도... 나는 다만 겨우 이러이러한 죽음이 있었지... 그러한 사람이 있었지.. 라고 어렴풋이 기억이나 할까... 훗날 어느날 내가 죽게되었을때 누군가 나를 그리워하지 않기를.. 내가 없음에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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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08. 7. 16. 11:02
2007.04.15 21:32 Jeff 늘 미소를 짓고 다니는 기분좋은 미국인 특유의 하이톤 Hi~ 어젠 그의 생일 이었고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던 그의 여자친구와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밤이 늦도록 파티를 벌였다. 새벽 3시 잠깐 사이 그는 쓰러졌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37젊은 사람이 지병도 없이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 시체에 손을 못대게 하는 그의 여자친구 때문에 시체는 3시간이 넘도록 바닥에 누워있었다. 먹지도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그녀는 그를 따라 죽고 싶다고 한다. 곧 결혼을 해 함께 중국으로 갈 꿈을 꾸던 그가 죽었다. 그가 죽고 그의 그녀가 미친듯이 슬플때 나는 예배를 드렸고 식사를 했고 회의를 했다. 죽음 앞에 느끼는 담담함은 그 참담함은 누군가를 미치게 만드는 그 죽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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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08. 7. 16. 11:01
2006.04.18 12:46 그녀는 학생때만난 남편과 이혼을 했고 아들이 있고 나를 6년 동안 가르쳤다. 내가 졸업할때까지 나를 가르치고 싶어했지만 보수가 너무 작아 결국 사표를 썼다. 나는 폐병걸린 그녀의 숨소리를 기억한다. 그녀는 살아있음이 애절하도록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는듯 그러게 숨을 토해냈다. 그녀의 죽음은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슬펐다. 장례식에서 관속에 누어있는 그녀를 보면서 머리카락을 염색했다는것.. 그녀 이마위의 정교회식 성화가 그려진 띠가 어울리지 않다는것.. 그녀의 피부색이 살아있을때 같다는 것.. 그런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가 곧 일어나 나에게 숙제로 내준 책을 다 읽었냐고 물어보며 내용을 말해보라고 할 것 같았다. 그녀에게 입맞추는 사람들이 그녀를 가리고 그다음엔 하얀 천으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