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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주기만 바란단다육아Logue 2015. 6. 12. 07:39
이번에 린양의 신생아 검진과 함께 율옹의 18개월 검진이 있었다.율옹은 키, 몸무게, 머리둘레 모두모두 50%를 찍었고 린양은 키75% 몸무게 머리둘레 50%를 찍으며 둘 다 몹시 건강했다! 다만... 태어날때 90%였던 율옹의 키는 신생아기를 지난후로 꾸준히 50%인게 마음에 좀 걸리고... 태어난지 2주 된 신생아가 린양이 벌써 4온즈 (120ml)를 3시간마다 드시는게 좀 마음에 걸렸다... 육아정보!(미국) 병원에서는 모유수유를 (거의 강압적으로) 권장하지만 나처럼 모유가 죽어라 안 나오면 간호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분유를 던져 준다. 예전엔 Bassinet밑에 달린 서랍에 액상분유가 구비되어 있었는데, 미셸 오바마 아줌마 때문에 이젠 그것도 안주고 매번 간호사를 불러서 갖다 주면 확인 받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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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엄마육아Logue 2013. 9. 6. 14:35
정신없이 연애를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혼여행 중이었다.미국으로 돌아와 둘만의 치열한 신혼을 미처 다 보내기도 전에 아가가 생겨 기다리는 중이다. 사실, 아이가 안 생기거나 늦을까 봐 두려워하는 맘도 있었고 더 나이 먹어 힘들기 전에 생겨 다행이긴 하지만그래도 내 뜻 밖에서 일어난 일이라 어쩌나 싶기도 했다. 내가 존재를 알기도 전에 존재가 이미 생겨 준비 완료가 되어있던 이 부지런한 녀석이 신비롭기도 하지만그래도 결혼 두 달만은 좀 빠른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뭐, 신혼의 치열함을 평화와 편안으로 바꿔 준 녀석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바이지만서도...)그렇다...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란 게 어떤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조금 이른 느낌의, deal을 해야 하는, 난이도가 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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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2. 1. 25. 17:54
무작정 갔던 그 나라에서 처음 만난 무서운 추위와 온 세상이 하얗게 낯선 환경, 털모자와 두꺼운 옷 사이로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보다도 더 실감나게 내가 다른 나라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던 것이 바로 언어였다. 말이라는 건 사람과 공간, 시간을 아우르는 - 단순히 음성기호의 조합이상의 어떤 살아있는 것이었다. 처음 러시아를 갔을 때, 나는 러시아 알파벳도 몰랐었다. 귀에 들리는 음들의 차이조차 들을 수 없을 만큼 생소했던 발음들과 따라서 소리 내기도 어려웠던 ‘안녕하세요’라는 그 단순한 인사말조차 엄청난 벽이었다. 그 벽을 온몸으로 뚫고 내게 러시아라는 나라를 보여주는 창을 만들어 주었던 첫 번째 러시아어 교수님이 바실리 니꼴라예비치였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고 들어와 수업을 시작하지만 교실문을 나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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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살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2. 1. 25. 17:50
Thanksgiving day라고 BBQ Party도 하고, 친구들이랑 저녁먹고 놀다가 왔다. 친구와 농담섞인 신세 한탄도 하고 유쾌한 대화 속에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도 하고... 오늘 꽤 즐거운 날이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확인한 소식은 아르센의 죽음. 스물. 남의 나라에서 말도 안통하는 그 춥던 겨울이 끝나자마자 만났던 삼형제. 그 중에서 제일 나를 잘 따랐고 애교도 많던 아르센. 내가했던 포기한 댓가를 그에게서 찾고 싶어서 온 열정과 사랑을 쏟아부었었다. 그 애가 떠나고, 그 애의 영혼보다 배신당한 내 마음이 서러워서 길게도 울었고, 다음 아이들을 사랑하기가 힘들었었다. 내 청춘을 실패로 만든게 미워서 생각날때마다 가슴이 아팠을때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위로를 경험했고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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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1. 5. 22. 12:16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를 낫게 하고 누군가를 한 발짝 앞으로 걷게 밀어주고 누군가를 헤아리게 하며 누군가의 세상을 조금 변화시켰던 누군가의 소망이고 희망이던 아이가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가슴을 찢는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게 어쩔 수 없는 미움을 묻어두게 그래도 감사의 조건들을 찾아가게 다녀간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갔다. 밤새 피 흘리며 아프던 그 밤에도 우리는 그리운 사람을 꿈꾸고 내일을 기대하며 단 잠을 잤고 그 아이를 꿈꾸고 기대하며 주먹을 불끈 쥐던 이들이 그 주먹으로 가슴을 치던 날에도 우리는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회사를 가고, 내일을 걱정하는 일상을 살았다. 생명, 그 찬란한 것은 잠시뿐일지라도 그 몫을 다하고 결연하게 돌아보지 않고 간다. 내 삶에 영향을 미쳤던, 내 관계들에 영향을 미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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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같은 죽음일상같은 죽음 2010. 10. 26. 17:52
1. 이 나라에도 저 나라에도 속하지 못한 어찌 어찌 살다 보니 자식이 험난한 삶을 살아내는 것까지 봐야 했던 고단한 긴 삶 그 마지막 길에 그녀는 자신을 가장 닮은 딸과 화해를 하고 썩어가는 다리 한 짝을 먼저 털어내고 마취가 지속되는 상태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고깃국이 잡수고 싶다는 말 고깃국을 끓여준 남의 손을 꼭 붙들고 그 배웅을 받고 온 몸이 꽁꽁 묶인 채로 위로를 받고 그녀는 긴긴 생을 마감했다. 얼마 전 남편을 세상에서 떠나 보내고 자식을 먼 곳으로 떠나 보내고 자기집에 발을 들이기도 버거워하는 가슴 무거운 딸이 마음껏 자기와 화해하지 못하면 자신이 떠난 후에 한으로 남을까봐 기다렸다 기다렸다 마음을 어르고 떠나간 어미의 마음 어미의 죽음 2. 짧은 시간이라도 곁에 함께 있어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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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잘 맞춘 비VeroLogue 2010. 10. 7. 06:24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서 였던가?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거나 촉진하는 것이 기본적인 욕구라는 전제하에 얘기가 풀려가던... 나란 사람의 기본적 욕구는 행복감인것 같다. 그것을 위해 살고 그것이 충족될 때 혹은 충족시키기 위해서 행위라는 걸 한다 지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포기를 했고 떠났다. 지금 목이 메이고, 가슴이 저미고, 등짝에 꽃이 피지 않아도 행복하다. 그리고 마주하는 외로움에 나는 또 산뜻한 미소를 날린다. 그래도 가끔은 조금 덜 행복한 것에 만족할 줄 알길 바라면서 도망침을 동경하던 날들이 있었다. 훌쩍 떠나는 것이 내 삶이 되고 이제 남는 것보다 떠나는게 더 쉬운 날이 와 버려서 남아서 버텨보려고 한다. 동경의 대상은 내 연인일때보다 동경의 대상일때 더 멋지니까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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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보내는 편지VeroLogue 2010. 9. 12. 13:47
가을이 오나보다. 바람이 차진다. 추운 바람 속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봄을 시작했는데 봄날이 가고 숨막히게 뜨겁던 여름이가고 이제 마음이 선선하다. 너의 짧은 이름을 이제 목놓아 부르지 않는다. 봄도 여름도 예뻤으니까 어쩔 수 없이 지나야 했었으니까 이 가을을 맞이하는 내 맘이 평온한것을 즐겨야겠다. 나는 시절을 지나면서 전력을 다했으니까. 찬바람이 살랑 귀밑으로 지나며 머리칼을 쓰다음어 주는것을 음미한다. 차 한잔, 그거면 딱이다. 내 마음을 덥히기에 충분하다.